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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여행

공주 1박 2일 여행


전부터 공주에 가보고 싶었다. 한 번도 안 가봤던 아니고,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왔고, 신입생 때 공주교대에 무슨 행사로 끌려왔었다.

솔직히 초딩 때는 기억에 없고, 신입생 때 기억이 강렬하다. 술을 엄청나게 먹고 아무 강의실에서 자고 아침에 씻지도 못 하고 칼국수를 먹은 다음 공산성을 올랐다. 왜 그랬지..? 지금은 누가 돈 줘도 저렇게 못 할 것 같음

2학기부터 한국사를 가르치면서 무령왕릉과 국립공주박물관에 가보고 싶어졌고 더 추워지기 전에 가보기로 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는데 중간에 세종시에 들른다. 2시간이면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3시간이나 걸려서 수서에서 SRT를 탈 걸 후회했다. 근데 공주역이 외딴 곳에 있어서 그게 그걸 것 같기도🙄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산성시장에 왔다.

칼국수를 먹고 싶었는데 2인부터 가능이어서 포기하고 다른 곳을 찾아 돌았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순대국밥으로 결정했다.(가게 이름 기억 안 남) 국물에 기름이 적고 순대에 알밤이 들어 있었다.

공주는 밤이 많이 나는지 온 공주에서 밤을 넣은 음식을 판다. 밤천지


떠껀하게 국밥을 먹고 제민천을 걸었다. 광주천보다 작을 줄이야. 그렇지만 산책로가 잘 되어있어서 동네 사람들이 애용할 것 같다.

초딩들이 소리를 지르며 놀고 있어서 괴로웠다. 직장에서도 매일 시달리는데 주말까지..


카페에 왔다.

내 사진📸
엄마가 사준 셔츠에.. 엄마가 사준 바지..

내가 나이가 이렇게 먹어도 엄마는 자꾸 뭘 사주고 싶어 한다. 예전엔 날 덜 큰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아서 그게 싫었는데, 요즘엔 왠지 엄마 마음도 이해된다.

그래서 엄마가 주는 건 감사하게 받고, 나도 내가 드릴 수 있는 걸 드린다.

엄마는 나중에 엄마 늙어서 돈 없으면 내가 다 사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 엄마는 아흔이 되어서도 내가 주는 건 받기 미안해할 것 같다.


카페 ‘송원’

1일 1 카페☕️입니다
알밤의 도시답게 알밤라떼에 알밤 마들렌

알밤 라떼는 커피가 아니었다🥲
카페인이 필요했는데 물어보고 시킬 걸.

알밤 마들렌은 조금 퍽퍽하지만 안에 밤+밤크림이 들어있어서 특색있다. 3개 포장해왔음


택시 타려다가 컨디션이 좋아서 걷기로 했다. 혼자 여행은 이런 게 좋다. 변덕을 부려도 누가 욕할 사람이 없음ㅎ

동네가 예뻐보여 사진을 찍었다. 언덕 위에 저런 지붕이 있는 집에 살고 싶은데, 단독주택은 조금 무섭다. 벌레, 쥐, 뱀이 언제 나올지 모르니깐요


20분 넘게 걸어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에 도착했다. 선글라스 없으면 실명했을지도 모를.


여기를 초딩 때 왔었다니. 기억은 잘 안나는데 언덕을 마구 올라갔던 건 기억이 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금이 공짜다. 돈 내고 표 받고 싶었는데 아숩..


여긴 중국인보다 일본인이 많이 오는 곳인가? 切符売場(킵뿌우리바)라고 한자로 쓰여있다.


박물관을 먼저 돌았다. 송산리 고분군의 구조나 무령왕릉의 부장품이 놓여있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지금은 고분에 들어가지 못하는데 이렇데 만들어 놓아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벽돌을 아치형으로 쌓은 전축분이 넘 아름다웠다. 조선 왕조 왕릉은 어떤 구조일까? 우리 할아버지랑 같은 방식이려나


다른 무덤들은 이렇게 봉분이 확실하게 보이는데, 그래서 도굴을 다 당한 것 같다. 무령왕릉은 자칫 잘못하면 그냥 지나칠 수 있을 위치에 있어서 도굴당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역시 직접 와봐야 한다니까요


이날 체력이 요상 좋았다. 쭉 걸어서 국립공주박물관까지 갔다. 중간에 힘들어서 택시 부르고 싶었던 건 안 비밀


동글동글한 정호영 셰프가 보인다. 알밤으로 만든 요리 경연대회였는데 심사평을 하는듯 했다. 더워서 지나치고


박물관에 왔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고, 전시 내용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국중박에 가면 다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리고 이때 커피가 너무너무 간절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담배 피우고 싶은데 못 피우게 하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


이건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유리로 만든 동자상이다. 귀염뽀짝해서 탐났다.

기념품을 사고 싶었는데, 퀄리티가 도저히 구매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해서 빈손으로 나왔다. 개선되면 좋겠다


택시를 타고 루치아의 뜰에 왔다. 한옥을 카페로 이용하는데 영업한지 꽤 오래된 것 같다.


찻잔이 예뻐서 홍차를 시킬까 했지만 너무 더워서 아이스 드립을 시켰다. 커피맛 괜찮은 곳. 가격은 7,000원으로 사악한 곳


예쁘다..


현진건의 단편집을 읽었다. 예스러운 문체인데 낭만이 있다. ‘B사감과 러브레터’의 B사감은 다시 봐도 오리지날 미칭련이다..


이동하려고 버스 정류장에 왔는데 카카오가 박살이 나서 카카오맵이 안되는 상황이 생겼다💦 덕분에 스마트폰 나오기 이전의 삶을 잠시 체험했다. 버스 안내만 보고 버스를 기다려 보기는 정말 오래간만이다. 예전엔 이런 불편을 잘도 참고 살았구나.


구름 낀 거 보이시나요?
갑자기 날씨가 구려져서 비가 오나 싶었는데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대학 신입생 때 숙취에 절어서 여길 올랐던 기억이 있다. 왜 그랬을까? 안 간다고 할 순 없었는지, 왜 술을 그렇게 먹었는지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이 장면이 지금까지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다. 공주! 하면 이 장면이 생각남.


엄청난 경사의 성벽을 올라 금강을 내려다 봤다. 영산강만큼 크다. 인스타를 보면 노을이 멋지던데 구름 때문에 오늘은 꽝이다.


호텔이 강 건너 신관동에 있어서 금강교를 두 발로 건넜다. 이 다리가 1930년대에 지어졌다는거지. 용케 버티고 있다.


차는 일방통행으로만 다니고 있다. 한쪽은 사람에게 내어져 좋다.


오른편으로 이런 깨알같은 공주 정보가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그런데 순서가 역순이어서 조금 곤란하긴 했다. 반대편에서 오면 보기 좋을듯


나름 깔끔한 호텔에서 김피탕을 시켜먹고 쉬었다. (밤에 조금 무서웠음) 김피탕은 비주얼이 다소 충격적이라 어디 보여줄 순 없고.. ‘맛은 있다’는 애매한 평을 남겨보겠다ㅎ


오래된 성당이 있어 미사를 드렸다. 평소에 성당에 안 나가면서 이럴 때는 또 부지런해진다.

동네마다 기도문을 부르는 멜로디가 달라서 도무지 따라 부를 수가 없다. 멜로디 없이 마음 속으로 소로록 읽어버렸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정말 맛 없는 점심을 먹고 카페에 왔다. 말차와 밤이 들어간 테린느. 꾸덕을 넘어 뻑뻑했지만 먹을만 했다.

어제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밤으로 만든 디저트는 경쟁자가 바밤바이기 때문에 앵간히 맛있지 않고서는 좋은 평을 듣기 힘든 것같다. 고급스러운 딱딱한 바밤바를 먹은 듯한 기분이었다


구 공주읍사무소가 보여 들렸다가, 어떤 아주머니에게 붙잡혀 30분을 이야기했다. 중간에 끊고 나오고 싶었는데 이야기에 빠진 아주머니가 넘 즐거운 얼굴을 하고 계셔서 끊어낼 수 없었다. 충청도 사투리 감상한 것으로 생각해야지


부자떡집에서 알밤 모찌를 샀다. 통밤이 들어있고 팥소가 껍질이 없는 코시앙(?)이어서 개존맛.. 왜 4개만 샀을까? 생각해보니 가격이 하나에 3,000원이었다


카페 1곳을 더 들렀다가 버스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올라갈 때가 더 막힐 줄 알았는데 금방 가더라. 그치만 ‘그냥 SRT 탈 걸’하는 후회를 했다. 기차 타면 1시간도 안 걸리는데..

공주 여행 기록은 끝이다.
이제 겨울까지 어디 안가도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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