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라 고향에 내려왔다. 2주 정도 머무를 예정.
학기 중에 내가 하는 이 직업이 좃같다는 생각을 수백번 하지만 방학만 되면 그런 생각은 귀신같이 사라진다.
초임 때는 방학 때도 애들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말끔히 잊어버리려 한다. 애들도 날 잊었을텐데 뭐. 건강하게 개학날 잘 등교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엄마랑 여행을 종종 하는 편인데, 코로나 이후로 해외는 가지 못해서 국내 여행을 하고 있다.
미리 여행지도 고르고 숙소도 찾아야 하지만.. 이제 그냥 2-3일 전에 예약해서 가도 크게 실패하지 않게 됐다.
남해 vs 공주&부여
둘 중에 고민했지만, 우리가 여행할 때 충청도에 폭우가 온다고 해 남해로 결정. 그런데 남해도 날씨가 좋지는 않았..🥲
광주에서 남해까지는 호남고속도로 + 남해고속도로를 따라가야 하는데 진주 공군훈련소 가는 길과 똑같아서 입대하던 날 생각이 많이 났다. 긴장탓인지 속이 안 좋아서 바나나 우유 하나만 먹고 들어갔는데 훈련 받는 6주 내내 더 먹고 들어올 걸 후회했다

이번엔 가벼운 마음으로 소떡소떡 하나 싸악

노량대교를 건너면 남해!
생각했던 것보다 섬이 크고 험했다.


엄마가 물회 킬러라서 물회집에 먼저 왔다.
나는 활어가 들어간 물회, 엄마는 전복물회다. 전복 특유의 꼬독꼬독한 식감이 난 싫다ㅜ
활어회가 부들부들 고실고실해서 맛있다. 육수도 익숙한 새콤달콤한 냉면육수 맛. 둘이 게 눈 감추든 순삭해버림



첫 관광지는 상주 은모래 비치
동그란 해변 양 옆으로 숲이 있고 앞에는 작은 섬이 있어서 파도가 잔잔하다. 한여름이라 물은 미지근한데 그래서 아이들 놀리기에 더 좋은듯하다.
나는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아 그냥 발만 담금
파라솔 빌려서 그늘 아래 놀아도 좋을 것 같다

독일마을을 가려고 상주 은모래 비치를 나왔다. 언덕을 오르는 길에 옥수수를 팔아서 잠시 차를 세웠는데 알고보니 뷰 포인트였다. (옥수수 트럭 자리 잘 잡았네..) 어쩐지 사람이 많더라

독일마을은.. 음. 사람들이 왜 가는지 모르겠다
특색 없는데 있어보이고 싶어하는 관광지
가죽공방에서 엄마가 가방을 하나 사서 그건 만족스러웠다


숙소는 정말 구하기 힘들었는데 출발 3일 전에 예약을 해서 괜찮은 숙소는 모두 풀북..😢 근데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펜션이 남아 있어서 성공적으로 예약했다. 여기 없었으면 꽃무늬 벽지에 체리목 몰딩의 낡은 방에서 지낼뻔. 2박 하며 편하게 잘 지냈다. 다음에 남해 가면 여기 또 갈 거임

다음 아침
계획대로 보리암에 가려는데 비 예보도 있고 산 위에 구름이 끼어서 보리암에 가도 아무것도 못 볼 것 같았다. 가지 말자고 했지만 엄마는 그래도 가보자고..
구불구불 길을 따라 올라가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구름인지 안개인지 앞이 보이지 않구요

아-무것도 안보여요

아무것도..
그저 좋은 산행이었다..✨

유람선 예약을 해둬서 선착장이 있는 동네에 왔다. 남해충렬사가 있는 곳.
남해읍에서 화덕피자를 먹으려 했는데 임시휴업일이래서 매우 빡쳤다. 그 뒤로 식당을 찾아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음ㅜ

점심 때라 식당에 가서 나는 회덮밥, 엄마는 물회 주문
남해는 회덮밥도 맛있네. 물회는.. 어제 간 날이 나음



유람선은 남해 앞바다를 주욱 훑는데 중간에 ‘대도’라는 섬에 내려 산책도 할 수 있다. 근데 비가 와서 섬에서 팥빙수만 먹었다.
해가 쨍쨍한 날이면 유람선 탈 맛이 났을텐데 흐려서 아쉽다.

다랭이마을에 가는 길에 앵강마켓이 있어서 잠시 들렀다.
남해 특산물이나 다도용품을 파는 곳. 가격이 사악하네여

이런 고블렛(?)이나

차 주전자가 있는데
이런 걸 골라와서 예쁘게 진열하는 것도 재주라고 생각한다. 이런 센스는 타고나는 걸까? 아니면 배우는 걸까?


다랭이 마을은 상상보다 규모가 훨씬 컸다. 어떻게 이런 곳까지 개간했을까? 인간은 위대하다.
여기 박원숙이 하는 카페가 있다고 엄마가 여러번 말했는데 내가 가보고 싶냐 물었더니 그러진 않다고 했다. 실은 가보고 싶었던 걸까? 그치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걸어서 마을까지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저녁은 이렇게 뷰가 멋진 횟집에서 먹었다.
창가에 앉고 싶었지만 예약석이래서 아쉬웠음

숙성회인데 활어회보다 부드럽고 단맛이 돈다.
여기는 손님 모시고 와도 좋을 집이었다. 음식도 깔끔하고 방으로 구분되서 괜찮음.

다음날 아침 여전히 구름이 껴있다. 완전히 맑으면 보리암에 다시 가려했는데 아무래도 나중에 다시 남해에 와야할 것 같다.

모닝 짜장불닭
아침에 라면 너무 짜릿하다
여행 왔을 때나 할 수 있는 짓

복숭아로 죄책감 살짝 덜어주고 체크아웃 하고 광주로~

그냥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신세계 들러서 가을 옷 조금 사고 엄마 화장품도 사드렸다.
엄마와 다음 여행은 싱가포르로 결정했다. 거기서도 잘 놀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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