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셋째날의 시작도 모닝커피와 함께☕️

음악 들으면서 커피 마시고 있는데 코 앞에 바다거북이 머리를 내밀어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바다거북 보기가 쉬울 수 있나🙄

커피로는 배가 다 차지 않아서 요거트도 하나 먹었다. 초바니는 5종류를 먹어봤는데 내 입엔 이게 제일 맛있다.

8시부터 스노클링 투어를 예약해둬서 아침 일찍 카아나팔리로 향했다.
저 옷은 6년 전에 산 산드로 티셔츠인데, 너무 얇아서 찌찌파티가 되는 관계로 한국에서는 한 번 밖에 입지 못했었다. 자유의 나라에 왔으니 다시 입어도 괜찮겠다싶었다.

웨스트 마우이에서 제일 번화한 곳이라더니 커다란 몰이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문 연 곳은 없었다. 여기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체크인을 하고 배에 오르면 된다.

내가 탈 배! 기대했던 것보다 멋져서 좋았다.
다만 선착장이 별도로 있는 게 아니라서 신발을 벗고 바다에 들어가야만 승선이 가능했다. 다들 좋은 자리 찜하려고 서두르던데 나는 혼자 여행 중이라 남는 자리에 대충 앉을 생각이었다.

여기가 배에서 제일 좋은 자리다.

스노클링 포인트를 향해 북상하는 중에 돌고래 떼를 만났다. 쟤네들이 그렇게 똑똑하다던데, 관종 돌고래들은 일부러 사람들 앞에 찾아오진 않을지 궁금했다(파워 N)

웨스트 마우이를 오른 편에 두고 배는 계속 올라간다.
가다 보니 내가 지내는 카하나 지역도 보여 반가웠다. 고작 이틀 잤는데도 이러는 거 좀 우습지만, 여행 중엔 뭐든 의미부여 하는 거잖아여

아침 식사는 하와이식으로 제공된다. 밥에 계란에 소시지랑 스팸까지. 김까지 있으면 한국 초딩 밥상인데.. 그쵸?
소시지만으로도 짜 죽는 와중에 간장까지 뿌려먹는 서양인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쓰고 있던 모자와, 신고 있던 슬리퍼를 보고 내가 한국인임을 알았다던 Amy 씨가 말을 걸어왔다. 남편이 한국계여서 한국 여행을 갔었는데 나처럼 입은 한국 사람이 한 트럭이었다고.
미국인 그잡채였던 그녀는 정말 사교적인 성격으로.. 그 자리에서 카톡 교환을 청하고, 마우이 최고의 맛집들을 알려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내 영어 발음이 굉장히 CLEAR 하다며 칭찬해주었는데 그 덕에 직업도 오픈하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눴다. 배멀미만 아니었어도 더 즐겁게 이야기했을텐데🥲

햇빛을 두려워하지 않는 서양인들을 보며 나도 햇빛 아래 당당해지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현실은 워터 레깅스로 꽁꽁 싸맸다는 것..

스노클링 첫번째 포인트에 도착할 때쯤 직원이 안전수칙과 스노클링 요령을 설명해주었다. 말을 어찌나 재미있게 하던지.
스노클링 처음이라고 이야기했더니 물안경 쓰는 것부터 상세히 알려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첫번째 포인트에서는 바다거북 십수마리가 바다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걸 보고, 문어도 두 마리나 봤다.
숨 쉬러 올라오는 바다거북을 코앞에서 지켜보는데 오랜 소원을 이룬 순간이라 행복했다.
배에 올라 Amy씨 일행에게 바다에서 본 것들을 이야기하니, 문어를 보는 건 정말 운이 좋은 거라는 말을 들었다. 자기는 마우이에서 20년 넘게 살았지만, 한번도 문어를 못 봤다구. 초심자에게 운이 따르는 건 스노클링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두 번째 포인트는 내 마음대로 ‘성게의 고향’이라고 이름 붙였다. 성게가 얼마나 많은지 제주 해녀가 여기 오면 자식 셋은 대학까지 가르칠 수 있겠더라.

배에 올라오니 점심이 준비되어 있다. 닭 허벅지살 구운 것, 디너롤, 숏 파스타, 시저 샐러드. 여기에 맥주도 공짜다. 달리는 배 위에서 잔뜩 수다를 떨며 식사를 했다.

배가 뭍으로 돌아오는데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보니 바다거북 두 마리가 보였다. 정말 어디에나 있는군요

몰에서 쇼핑도 하고 구경도 해보려 했는데 물놀이 후로 잠이 미친듯이 쏟아져서 버스 타고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낮잠을 거하게 자고, 저녁을 사러 나오는데 무지개가 보였다. 하와이 첫 무지개🌈🌈 너무 예쁘다

마우이 섬에서 손꼽히는 맛집이라는 Miso Phat(미소팟)

TMT Roll / Salmon & Avocado Roll을 시켰다.
50불이라서 처음엔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하와이에서 보름을 지내보니 가격도 맛도 훌륭한 집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굳이 스시롤을 여기서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그대로다.

식사를 하며 방을 보니 너무 좋아서 한 컷 찍었다❤️
호강도 이런 호강이 없네. 셀프 호강이 최고다 이거야.

소화시킬 겸 산책을 나왔는데 쌍무지개가 떠있었다. 쌍무지개는 살면서 처음😮 이것도 매일 보면 질리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하와이에서 무지개를 자주 보지는 못했다.

따뜻하게 달궈진 모래 위에 앉아서 일몰을 바라봤다. 엉덩이는 따뜻한데 바람은 선선하고 극락이 따로 없었다.
내일부터는 친구가 합류하는 관계로 혼자 하는 여행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심심하지도 외롭지도 않게 보내서 좋았고, 무엇보다 난감한 일들을 먼저 겪고 친구를 맞는 거라 친구가 같은 고생을 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