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여행

제주 4박 5일 여행

마루©︎ 2022. 7. 2. 09:44

어린이날 단기방학 때 제주에 다녀왔다.

해외는 나갈 수 없는데 여행은 가고 싶은 사람들에 죄다 제주에 몰려들었는지 항공권, 숙박 모두 말도 안 되게 비쌌다. 눈물을 머금고 결제💳


수업도 바꿔가며 1시에 퇴근해 필요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김포공항에 왔는데, 비행기가 연착되어 1시간 반 넘게 늦게 출발했다. 노을은 숙소에서 보고 싶었는데 계획이 틀어져서 심통이 났다. 창가에 보이는 노을을 보며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늦은 덕에 택시 타고 편하게 갔다 (금융치료?)


도착한 곳은 고내리. 여기에서 두 밤을 보낼 것이다. 택시 기사님이 여긴 관광객들이 잘 가지 않는데 왜 여길 가냐고 묻길래 “조용하잖아요.”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조용한 동네다. 식당들이 문을 일찍 닫는 것 보니깐 그렇다.


솔트 호텔을 예약했다. 발코니가 딸린 더블룸이다. 방이 정말 좁고 TV가 없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사진으로는 이렇게 작은지 알 수 없어 왠지 속은 기분. 이용객 후기를 꼼꼼히 보지 않은 내 잘못일까요🙄


발코니는 이런 생김새.
바다를 보기에는 좋다. 바닷바람 맞으며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잠시 생각했다.


가려고 했던 야끼소바집은 휴일이었고, 급하게 문 연 식당에 들어갔다. 혼자서 고기를 먹는 건 처음이다. 가게 주인이 받아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했지만 나같은 손님이 꽤 있나보다. “혼자도 되나요?”라는 내 말에 쿨하게 되지요-하며 자리를 안내했다.

오겹살 2인분을 먹었다. 삼겹살 보다는 이쪽이 껍딱(…)이 쫀득해서 좋다. 흑돼지라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그 돼지가 그 돼지다. 백돼지로 선택했다.

고사리를 구워서 고기랑 같이 먹으니 맛있다. 재방문의사 많음





다음날은 아주 일찍 일어났다. 방이 추웠고, 침구가 바뀌어 적응이 안 됐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 산책을 나왔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모든 카페가 열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 갔다.

해가 떠오르던 시간대라 모든 게 따뜻한 색을 띈다. 가정집 앞에 소라 껍질을 쌓아놓고 있었는데, 그 앞에 핀 노란 꽃이 예쁘다.


버스를 타고 협재에 왔다. Be my guest라는 카페에 전부터 와보고 싶었다. 여름이면 애플망고가 들어간 메뉴를 판다. 내가 갔던 5월 초에도 애플망고 메뉴는 개시됐는데, 혼자 먹기엔 양이 많고 비싸 다음 여행으로 남겨뒀다.

(참고로 그 메뉴들은 크로플이랑 빙수)


주문을 하고 책을 잠시 읽었다.

‘언어를 알아갈 때 넓어지는 시야를 가지고 싶고, 아무 목적 없이 낯선 단어 하나하나를 배워보고 입 안에 굴려볼 때의 행복을 누리고 싶다.’

내가 느끼는 언어를 배우는 즐거움을 이 작가도 알고 있다니.

언어를 아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더 깊이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속 공부하게 되는듯


부라타치즈, 프로슈토 햄, 바질페스토, 메이플시럽이 들어간 크로와상 샌드위치.

얘는 맛있었는데, 커피는 좀 심했다. 보리차인줄🫥


아점을 먹고 협재해변까지 걸었다.
가정집 너머로 보이는 바다 색! 정말 예쁘다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역시 연휴!

그늘이 없어 힘들었지만 방금 전에 커피를 마셨기 때문에 카페를 또 갈 수 없고, 바로 모슬포에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를 한~참 타고 모슬포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선 식당이 있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밀면이 맛있는 집이라는데 먹으면 소화 안 될까봐 소고기찌개를 시켰다.

내 뒤에 줄을 선 분이 합석을 제안해서 같이 앉았는데 EBS 임원이라고 하셨다. 대화가 즐거웠던 기억

소고기찌개는 단 맛이 강했다. 제주도 음식이 전반적으로 그런 느낌이 있다. 나만의 생각🙄



그리고 올레 10코스를 걸었다!
모슬포에서 송악산까지


이렇게 바다를 끼고 걷는 구간이 있고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서


논밭을 가로지르기도 한다

올레 10코스에는 알뜨르비행장이 있는데 곳곳에 군사시설로 이용되던 흔적이 남아있다. 비행기 격납고나 관제탑 등. 관제탑에 올라가니 청보리밭이 바람에 흔들리는 게 보여 좋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이때 엄청 탔다. 힘들어서 택시 부르고 싶었는데 밭 한 가운데라서 택시도 부를 수 없었다


송악산에 도착하니 바다와 산방산과 한라산이 한 눈에 들어왔다. 기분이 좋다! 이대로 택시로 모슬포로 돌아갈까 했지만 나도 모르게 송악산도 한바퀴 돌아보기로

(왜 그랬니..)


절경! 날씨사 좋으니 뭘 봐도 예쁘고 선명하게 보였다


일몰을 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애월에 왔다.

저녁으로 은혜전복에서 솥밥을.. 너무 달다😢
손님은 정말 많은데 홀 서빙은 외국인들이 해서 일이 더디게 처리되고.. 두 번 다시 오지 않을테다


벤치에 누워 해가 지는 걸 바라봤다.
해의 위치가 변하면서 바다와 하늘 색이 변하는 게 얼마나 아름답던지🤭


해가 수평선 아래로 내려갈 때까지 지켜봤다


살면서 본 일몰 중에 가장 예뻤달까
구름이 없어서 해가 동그랗게 보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 색이 미쳤다

해가 지고 나서는 처음으로 이브이패스로 전동킥보드를 대여했다. 존나 무서움.. 차도로 가야해서 무서웠다


필름을 갈았다.
필름 카메라 산 지 반년이 되어가는데 필름을 두 통 밖에 못 썼다. 조만간 중고나라에 팔아야 할까봐..


호텔에서 파는 아침식사.
이게 왜 1.4만원이나 하나요..

꾸역꾸역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전동 킥보드를 또 빌렸다.
이번엔 올레 16코스! 바다를 따라 킥보드로 달리니 상쾌하다. 아직도 그때 봤던 풍경이 생각남


이틀 묵을 신라스테이.
(나쁘지 않지만 다음엔 안갈래여)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 짐을 맡겨놓고 나왔다


칠성로 쇼핑거리를 걸으며 제주도민은 쇼핑을 어떻게 하나 살펴봤다. 백화점이 없는데 어디서 옷을 사나.. 화장품은 어디서 사나..

그러는 와중에 쁘랭땅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쁘랭땅는 printemps만 있는 줄 알았는데, prendang이라니


점심은 산지해장국에서 내장탕을 먹었다. 뭔가 로컬 바이브. 내장이 어찌나 실하게 들었던지..

점심을 먹고 동문시장에 과일을 사러 갔다.


시장 맞은 편에 있던 약국
속으로 조일약국, 아사히 약꾜꾸, 찌우얏요액곡으로 읽었다. 원래 한자 보면 우리말이랑 일본어로 읽는 게 습관인데 이제 광동어가 추가되었구

광동어 발음은 그냥 흘러가듯이 배우는 것 같다. 배우려고 애쓰지 않고 한자를 보고 궁금하면 찾아본 다음에 몇 번 말해보거나, 캔토팝 들을 때 가사를 보면 어느새 머리속에 남아 있더라..


엄마한테 애플망고를 보냈다
5개에 7만원이었나.. 비싸도 엄마한테는 하나도 아깝지 않다


3시가 되어 체크인을 했다
커피 쿠폰을 주길래 냉큼 아아 받아서 방으로 감


어린이날이라 야구를 봄시롱 과일을 먹었다. 내가 먹을 애플망고는 달걀만한 걸로 샀는데 저만큼이 2.3만원이었다. 존나 비싸쥬? 별로일줄 알았지만 씨가 작아서 되려 더 먹기 편했달까


방에서 뒹굴다가 노조미 라는 우동집에 왔다. 붓카케 우동이랑 유부초밥을 주문했는데 다녀온지 두 달이 된 지금도 맛이 생각난다.. 우동이 탱글하다 못해 쫄깃하구 유부초밥도 간이 딱 좋다. 다음에 제주도 가면 무조건 또 간다🔥
여기 쉐프가 포도호텔에서 근무했다던데 또 포도호텔이 우동으로 유명하자나여?


해질녘이라 요래요래 햇빛을 쬐며 호텔로 걸어감




넷째날 아침은 굳이굳이 맥도날드까지 걸어가서 맥모닝을 먹었다. 치킨치즈머핀이 궁금했는데 상하이스파이시치킨버거의 머핀버전이랄까. 호불호없이 다들 좋아할 맛!

방에서 한참 뒹굴다 스시오하요에 전화해 예약했다. 실패하는 줄 알고 긴장했는데^^..

조금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시간을 때우려 도장을 팠다. 원래 여행지에서 물건 하나 사서는 그 물건 쓸 때마다 여행을 떠올리는 이상한 취미가 있는데 이번엔 도장이다. 실제로 도장을 찍어줄 때마다 제주도 생각나서 기분 좋아짐


초밥은 단품으로 5종류 시켰다. 개 맛있음👊🏻
여기도 재방문 의사 많음


걷고


걸어서


관덕정에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독립서점에 들러 책을 잠시 봤다.. 도무지 독서는 취미에 붙일 수 없구. 난 왜 책이 재미 없지?

야구 이야기는 재밌더라. 그치만 사지는 않음!


성당이 보여 들어가 기도를 했다. 내 동생 편히 쉬길


또 시장에 가서 애플망고를 샀다. 조카 먹일라고 보냈음. 작년에 사갔을 때 엄지를 치켜들던게 생각이 나더라구

찾아간 카페는 휴일이라 터덜터덜 호텔로 돌아감ㅜ 왜 검색 안했냐..


방에 돌아와 낮잠을 자고 311을 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311을 보자마자 담양이 생각났다. 광천동에서 담양 가는 버스가 311인데 학생 때 몇 번 타고 담양에 놀러 갔었지


저녁은 히레카츠를 먹었는데 핏기가 튀김옷을 적셔서 별로였다. 겉은 바삭한게 좋은데


관덕정에 또 왔다.. 바람이 시원하고 해도 져서 걷고 싶더라


평소에 절대 밤 늦게 컵라면 안 먹지만 여행 오면 또 달라지쥬? 밤에 먹으니 더 맛있다

이쯤되니 슬슬 집에 가고 싶어지구

다음날 아침 비행기라서 일찍 잤다.


올래국수에서 웨이팅 15분 하고 고기국수💖
단일메뉴만 파는 가게는 실패할 일이 없다. 국물도 진하고 고기도 부들부들하고 김치가 도라이다. 아침부터 보대낄 수 있는 음식 박살을 내고 공항에 감


공항에서 마음샌드 3상자 수령🙏🏻

1상자는 백슨배님 집에 보내고 2상자는 냉동실에 넣어놓고 야금야금 꺼내 먹고 있다. 육지에서도 팔아주세요..


혼자 여행이 오랜만이라 너무 좋았구, 당분간 제주도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최고의 일몰도 봐서.

대신 겨울에 휴양지 예약했음ㅎㅎ
괌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