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 여행 - Day 2
1. 판다사육기지
둘째날이 밝았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확정해두고 온 일정이 딱 하나 있었는데 바로 판다사육기지 방문이다.
청두 주변에 판다사육기지가 여럿 있고, 유명한 푸바오가 있는 기지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판다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춘시루에서 가장 가까운 成都大熊猫繁育研究基地(CHENGDU RESEARCH BASE OF GIANT PANDA BREEDING)에 가기로 했다.

판다는 아침에 가장 활발하다고 들어서 일찍 입장하기 위해 6시 반에 외출 준비를 마쳤다.

어제는 눈에 안 들어왔던 로비 장식👀
곧 춘절이라 그런지 강렬한 빨강으로 꾸몄다.

출발 전에 창밖을 보니 거리가 젖어있어서 밤새 비가 왔나보다고 생각했는데 내려와 보니 물청소를 하고 있었다. 거리가 깨끗하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누가 이렇게 수고해주고 있었다.
해 뜨기 전 + 행인 없음으로 조금 무서웠다🙄

판다사육기지까지는 택시로도 갈 수 있지만, 버스를 경험하고 싶었다. IFS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티켓 사는 곳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위챗으로 QR을 찍고 ‘워 메이요 폰넘버(저 전화번호 없어요)’하면 직원이 본인 전화번호로 인증 받아줘서 티켓 사는 것도 간단했다.

배가 엄청 고파서 맥도날드에 왔다. 신년이라서 파인애플이 들어간 치킨머핀을 팔고 있었다. 키오스크가 작동을 안 해서 직원이랑 손짓발짓 엉터리 중국어로 주문을 했다.

파인애플이 사진 같은 생과일일줄 알았는데 통조림 파인애플이었다. 게다가 맥모닝 콤보로 주문해서 당연히 사진처럼 커피를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두유였다. 확인 안 한 내 잘못이죠😇

배를 채우니 아깐 없던 주황색 버스가 정차 중이었다. 출발 시간이 정해지지 않고 모든 좌석을 채우면 출발한다.
이 버스는 곧장 판다기지로 가는 것이 아니고 청두 내 관광지 몇 곳을 들렀다 가는 버스라서 편하고 빠르게 판다기지에 가고 싶은 사람들은 택시를 타는 게 낫다. (편도 6천원 정도)

버스는 서문에서 날 내려줬다. 남문에서 내리는 줄 알고 있어서 좀 당황했는데 남문에서 내려주는 버스는 다른 곳에서 타야했다.
티켓을 현장에서 사려면 기다려야 될까봐 트립닷컴에서 11,000원에 예약해 갔다. 티켓은 따로 없고 입장할 때 여권을 보여주면 입장시켜준다.

거업나 넓은 판다기지에서는 셔틀을 타고 다녀야 하는데 만만하게 봤던 나는 걸어다니기로 했고 내내 후회했다. 중간에 티켓을 사지도 못해서 근성으로 다녔다.

규모가 정말 크다. 사진에 담긴 게 전체의 20%도 안 된다.

판다를 보고 싶으면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찾아다니면 된다. 사람이 없는데 판다가 나와 있는 경우는 없었다.

드러누워 아침을 먹고

혀를 내밀고 미소짓는 판다도 있다.

놀랍게도 중국인들은 판다를 보고 호들갑을 떨지 않았는데 판다가 나와있는 곳엔 저 팻말을 든 직원들이 지키고 있다.
중국어는 모르지만 큰 소리로 싸우지 말고, 플래시 터트리지 말고,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것 같다. 喧嘩 이거 일본어로는 싸움인데 중국에서도 같은 뜻일지 궁금하네.

너무 귀여웠던 엽서😭
고민하다 내려놨는데 나중에 다른 곳에서 샀다

이 판다는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식사 후에 혈당 스파이크를 막으려는 사람 같았다.

카페인 수혈이 간절해서 커피를 마시러 휴게소에 왔다. 여기는 창 너머로 판다들을 볼 수 있는데 처음엔 없다가 나중에 몇 마리 나타나서 좋았다. 옆자리 초딩한데 “쑝마오!! 쩌리 쑝마오!!”라고 알려줬다.

남문을 향해 가며 판다들을 계속 봤다. 중간에 사람이 이렇게 모여있는 곳들이 있는데 뚫고가기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걸 보고 사람들이 어케 움직이겠어요..
한시 하나 읊을 것 같은 모습이다

화화라는 가장 유명한 판다는 못 봤지만, 평생 볼 판다를 다 본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렛서 판다는 대충 휘리릭 보고 기지를 탈출하기로 했다.

얘 하나 봤는데 멀리서 봐도 귀엽다

이때부터 인터넷이 안 되기 시작했는데 원인을 찾았다.

아침부터 찍은 사진을 나도 모르게 백업하고 있었던 것.. 하루 3기가를 쓸 수 있는데 사진이랑 영상을 많이 찍어서 3기가를 모두 소진해버렸다😭
위챗 안 돼, 알리페이 안 돼.
난감했는데 다행히 현금으로 버스표를 살 수 있어서 춘시루로 무사히 돌아왔다.
이런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현금을 100위안 정도 챙겨놓는 게 좋을 듯하다.
2. 페이창펀, 리샨샨 밀크티

점심은 페이창펀을 힘겹게 주문해서 먹었다.
쫑라(아주 매운 맛)와 쭝라(중간 매운 맛)을 헷갈리면 안되겠다. 물론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웨이라(약간 매운 맛)을 외쳤다.
통통한 당면이 부드러워 목넘김이 좋았고, 곱창도 꼬릿한 게 맛있다. 홍유 때문에 엄청 기름진데 식초를 부어 먹으니 산뜻해져서 더 맛있었다.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리샨샨에 들렀다

복숭아맛 밀크티를 주문했다.
아주 입자가 촘촘하고 가벼운 밀크폼과 시큼한 말린 과일칩을 올려주는데 청두 오면 꼭 마셔야 할 음료다.

말끔하게 정리된 호텔에서 낮잠을 잤다. 안 쉬고 계속 돌아다녔으면 피곤해서 다 귀찮았을 거라 쉬길 잘했다.
3. 무후사, 진리

무후사까지 택시를 타기로 했다. 27분 타는데 택시비가 2000원이라니. 여긴 기름 값이 얼마길래 택시비가 이렇게 싼 거지?

무후사 입장료는 50위안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데 자꾸 가이드 필요하지 않냐고 말을 걸어서 귀찮았다. 뚜이부치.. 부요.. 워팅뿌동.. 이러면서 거절했지만 정말 필요가 없었다.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까.

무후사는 삼국지 관련된 인물들을 모시는 사당이다. 우리 세대는 초딩 때 전략 삼국지를 보는 게 트렌드였기 때문에 나 역시도 만화지만 삼국지를 읽었고 무후사에 와 보고 싶었다.

유비, 관우, 장비를 모신 곳을 지나면 제갈량을 모신 찐 무후사사 나온다. 여긴 주황색 조명으로 다른 곳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제갈량!
초딩 때 주변에서 유비냐 조조냐 싸웠는데 나는 제갈량을 제일 좋아했다. 제갈량의 지혜로움의 반만 닮을 수 있다면👀

제갈량을 위해 꽃과 편지를 사람들이 바쳤다.
편지엔 무슨 내용이 쓰여 있는 걸까?

뒤쪽 정원을 둘러보고

사진 맛집인 빨간 벽에서 셀카도 찍고

유비의 능인 혜릉에 왔다.
문화대혁명을 버텨냈다 이거지요.

여기에도 꽃이 가득했다.
중국인들에게 삼국지란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이순신 장군을 생각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일까?

무후사 바로 옆엔 진리(금리)가 있다.

기요미즈데라(청수사)의 짝꿍이 니넨자카라면, 무후사의 짝꿍은 진리라고 볼 수 있다. 오만가지 기념품과 간식을 팔고 있다.

구운 두리안

돼지 뇌

뽀보지

마라감자(?)

삥펀

탕요궈즈
탕요궈즈를 시켰는데 전자레인지에 데워줘서 망했다 싶었다. 역시나 맛이 없었고.. 이런 걸로 배를 채워서 너무 아쉬웠다.

지하철 역까지는 15분 이상 걸어야 했는데 티벳 불교 용품을 판매하는 거리가 이어졌다.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들리는 언어도 급변해서 신기했다.

그리고 발견한 단홍가오🤤
팬케이크에 소를 넣고 반으로 접어 먹는 청두 대표 간식이다.

간식 중엔 이걸 제일 먹고 싶었는데 탕요궈즈 때문에 배가 불러 포기했다.
여행 내내 여기만큼 맛이 다양한 곳을 찾지 못해서 이때 못 먹은 게 아직까지 아쉽다.

티벳불교용품점 앞에 있던 고양이
아주아주 상냥했다

로컬 사람들만 다닐 법한 길을 걸으며 여행 온 기분을 만끽했다.

마오차이 집도 보였다. 마오차이가 원조 마라탕이라는데 넘치는 로컬감에 들어갈 용기가 안 났다.

지하철 티켓 결제가 안 돼서 난감😇
역무원에게 현금을 주고 표를 샀다.
4. 진마파두부

호텔 바로 앞에 진마파두부가 있어서 저녁 먹으러 들어왔다. 이 집이 마파두부를 개발했다고.

내부는 무림 고수들이 날아다닐 것 같은 모습이다.

QR을 못 읽는다고 했더니 종이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한자 몰랐음 어떡할뻔 했냐..

따란✨
기대하던 마파두부다✨

직원분이 골고루 섞어주셨다.
혀와 입술이 얼얼해지고 혹시라도 실수로 화쟈오 씹을까 덜덜 떨면서 먹게 되는 맛이었다.

야채도 먹고 싶어서 그린빈 볶음을 시켰는데 완전 소태.. 혐한이 의심될 정도로 강력한 짠맛이었다. 예전에 대만에서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중국 야채 볶음이 원래 이렇게 짠 건가 싶기도 하고😭
다른 지점도 방문해 보고 이 집에 대해 평가하고 싶다.